[광남일보]광주는 정말로 노잼 도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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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이지안 센트럴윤길중안과 홍보실장
의료마케팅 직종에 종사하기 전 관광마케팅 대행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여수박람회조직위원회에서 사업별로 용역을 줬었고 일간지와 월간지를 대상으로 한 홍보마케팅이 내가 근무하던 회사가 맡았던 주요프로젝트였다.
입사해서부터 퇴사할 때까지 오롯이 3년 동안 이 프로젝트를 메인으로 진행했었고 이 외에도 3~4개의 축제 홍보를 동시에 맡았었다.
여수박람회도, 지역축제도 홍보마케팅을 맡으면 사업기간 중 일/월간지에 계약된 횟수의 기사가 나가야만 한다.
자료를 만들고 매체를 컨텍하고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어레인지하고 클라이언트에게 사후보고까지가 업무의 큰 틀이다.
하지만 간략하게 한줄로 요약된 이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수도 없이 자질구레한 일이 따라붙는다.
기본적으로 기자가 현장 취재를 가지 전까지 그들이 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줘야한다. 말 그대로 그들이 지방으로 1박2일 취재를 '가고 싶다'거나
적어도 '가볼까' 정도의 구미를 당기게 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중요한 역할은 자료에서 시작한다.
이 자료에는 단순히 해당 지역의 관광지나 음식에 대한 정보만 나열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인터넷에서 클릭 몇번만 하면 나오는 내용으로는
그렇지않아도 바쁜 기자를 지방 취재를 하러 가자고 요청하기엔 턱도 없고 오히려 핀잔이나 듣게 될 뿐이다.
같은 장소, 같은 음식이어도 스토리가 있어야만 한다. 그 스토리를 찾고 만들어내는 게 홍보대행사 PR맨의 역할이다.
사전답사, 현장취재, 사후보고 이런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일주일에 2~3일은 출장, 나머지 일정은 야근을 밥먹듯이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주말이면 창문은 커녕 커튼조차 열어볼 기력도 없이 기절하듯 잠만 자다 끝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것도 주말에 출장이 잡히지 않았을 때의 얘기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는 꺼칠해지고 눈밑에 다크서클이 기미처럼 자리잡아 매일을 좀비처럼 지냈다. 그런데도 그때를 떠올리면 '즐거웠다'는 생각부터 떠오른다.
잘 모르거나 처음 인사를 나눈 기자더라도 당일이나 1박2일 여정을 다녀오면 그 사이 서로 많은 애기를 나누게 된다.
처음의 서먹하고 어색했던 사이가 출장이 끝나고 나면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해지기 일쑤였다. 비슷한 연령대에서는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았고,
연륜이 쌓인 노련한 기자들은 멘토처럼 인생의 쓴맛 단맛에 대해 들려주기도 했다.
기자들과의 기억만 남아있는 건 아니다. 홍보를 맡았던 축제나 지역에 대한 애정이 지금도 마음속에 오롯이 존재한다.
어떤 지역은 현재도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어떤 지역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특산물을 아무 조건 없이 보내주는 곳도 있다.
또 어떤 곳은 지치고 힘들 때면 기분전환 겸 여행으로 다녀오기도 하고 주변에 여행지로 추천하기도 한다.
어느 지역에 가면 어딜 꼭 가야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내게 어떤 기억이 있고...,끝도 없이 떠들 수 있다.
반면 광주 여행지를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조금 난감해진다. 다른 지역을 추천했듯이 선뜻 떠오르는 관광 명소가 없기 때문이다.
무등산을 얘기하자니 등산을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면 고개를 가로젓는 게 대부분이고 비엔날레는 전시만 보러 가기에는 '딱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더욱이 5·18역사지는 관광지로 여기기가 어렵다.
모 단체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초청하는 행사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광주 대표 여행지로 소개한 곳을 보고 그냥 입을 다물었던 경험이 있다.
광주가 고향인데도 등잔 밑에 어둡다고, 내가 잘 모르는 건가 싶어 다른 이에게 묻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광주는 대표적인 노잼도시 '였다.
그런데 정말로 광주는 재미없는 지역일까?
이번 칼럼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양림동 역사거리, 충장축제, 1913송정역시장, 운암동 미술관거리 등 광주 곳곳에 다채로운 곳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체류형 관광객을 유치하기엔 숙박업소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게스트 하우스도 생각보다 많았다.
국제행사나 대형행사처럼 대규모 체류객이 머물 수 있는 숙박업소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5성급 호텔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음식이야 따로 말할 필요도 없다. 이렇게 차고 넘치는 관광상품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관광지는 존재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홍보담당자와 지역 언론사들은 시기, 테마, 대상별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여행가고 싶은 도시, 광주'가 되도록 다양한 홍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광주는 영원히 '노잼'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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