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는 일방이 아닌 양방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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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센트럴윤길중안과
댓글 0건 조회 211회 작성일 24-05-0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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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이지안 센트럴윤길중안과 홍보실장




지난29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720일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영수회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윤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양측이 원형 테이블에 둘러 앉을 때까지만 해도 환하게 미소짓던 윤 대통령의 얼굴이 굳어진 건 이 대표가 품에서 곱게 접은 A4 용지 다발을 꺼내면서부터였다. 

단순히 차담을 나누기 위해 만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윤 대통령도 알고 있었겠지만 이렇게까지 준비해올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발언에 나선 이 대표는 15분여에 걸쳐 총 12개의 의제를 제안했다.

한 두가지 의제를 집중적으로 다룰지도 모른다는 예상과는 다른 그의 행보에 많은 이들이 놀랐을 것이다.

생방송으로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와 패널들도 이 대표가 총선을 치르며 드러난 민심을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는 듯하다면서도 적잖이 놀란 모습이었다.


이 대표가 꺼내든 의제는 크게 민생과 경제. '이채양평주 (이태원 참사와 채상병 사망사건, 양평고속도로 게이트, 김 여사 명품 수수 및 주가조작 의혹),"정치와 외교분야였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제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의제 발언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결과 나머지 80여분 동안 윤 대통령의 답변은 일부에만 이뤄졌다는 소식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을 전국민 대상으로 지급하자는 민주당측의 의견에 윤 대통령은 선별지급론으로 맞섰다. 여기서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의료개혁과 의대 증원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그 외에 나머지 의제에 대해서는 상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 어떤 답변을 할지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김 여사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회담이 끝난 후 민주당 측에서는 '답답하다'가 총평이었으며, 대통령실에서는 '소통의 첫 장을 연 것에 의미가 있다'라고 발표했다.

수많은 의제를 준비하면서 이 중 결과물을 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자리에 참석했을 민주당으로서야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왔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을 테고

대통령실은 두루뭉술 답변은 회피하면서 집궈당대표와 만남의 자리를 성사시킨 것만으로도 큰일을 했다며 자부하고 있을 것이다.


양측 모두 어떤 마음이었고 어떤 입장이엇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한쪽은 화합을 앞세운 공격을, 한쪽은 마찬가지로 화합을 가장한 방어를 해야만 햇을 것이다.

하지만 짐작이 된다고 해서 이해까지 되는 건 아니다.


회담이라는 게 단순히 만나서 '얼굴도장' 찍고 대화를 나누는 게 다가 아니다. 영수회담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성과가 될 수 없다. 친구나 지인을 만나 수다를 떠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게 바로 영수회담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애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형식이든 의제를 시행하고 실천할 수 있는 답이 나왔어야 했다.

대통령실 말마따나 영수회담이든 실무자회담이든 이제 한발 내디뎠으니 앞으로 자주 이런 기회를 만들면서 국정을 이끌면 될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번 이런 식으로 만났다 헤어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대화라는 건 말을 주고 받는 게 다가 아니다. 오고 가는 단어와 문장 속에 뜻이 있고

그 이면에 내포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핑퐁 게임하듯 하하 웃고 차 한잔 마시면서 회담이라고 할 거라면 차라리 그 시간을 더 의미있는 곳에 쓰기를 바란다.


영수회담 뿐만 아니라 몇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계 파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전공의 2000명 증원을 내세우면서 시작된 의료계의 반발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전공의 진료 거부를 시작으로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기 시작했고 대학병원이 휴진을 선언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진료공백을 최소화하겠다며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해 의대교수들의 자리를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들이 빈자리를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정부도 국민들도 의문일 뿐이다. 팽팽하게 맞서던 양측의 견은 정부가 증원 인원을 조정해보자며 의료계에 대화를 요청하면서 조금은 끝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인원 조정이 아닌 전면 무효를 외치면서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를 외치는 형국이다.

이 가운데 피해를 보는 건 여전히 환자들뿐이다.


대화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정확한 의사를 알 수 없다. 이면에 숨겨진 뜻이 있다 해도 말 한마디라도 듣고 나눠야 무언가 진전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왜 대화하려 하지 않을까? 자신의 속에 있는 걸 다 꺼내놓지 않으면서 상대방은 다 내어놓길 바라는 건 욕심이고 이기심일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기본적인 이치를 떠올리길 바란다.